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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tory_/PhotoEssay_

기다리다_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안되나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냥 제 자리에 있으면.. 그럼 되는 거잖아요.
그냥 이 자리서 꼼짝 않고 있을게요.
그러니 그냥 여기서 기다리게 해주세요..





그때가 언제쯤 인지.. 그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기억이라고는 단 하나.. 어렵사리 휴가를 냈던 날 이었던 것 같다. 삼일 밤낮을 꼬박 세우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누지 못해 집에서 꼼짝도 못하던 그날.. 그래.. 그 날은 수요일이었다. 분명히 기억하는 건 그날이 수요일 이었다는 것.. 그것 하나 뿐이다. 술에 만취해 3년 전 그때, 우리가 만나던 그곳에서 너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3년.. 이미 너무나도 긴 시간이 지난 후였다. 너를 기억하기에도, 너를 추억하기에도 나는 너무 만신창이었던 그때.. 였던가 보다. 왜.. 왜 하필 너는 그렇게도 아프고 서럽도록 외로운 날에 내 약한 심장을 건드린 걸까..

저녁 7시가 점점 가까워 지고 있었다. 식은땀을 안은채 택시에 올라.. 웅얼웅얼..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너의 만취해 흘린 말에.. 바보같이 그렇게 너의 흔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던가 보다.
택시에서 내려 벤치에 앉아 부들부들 떨던 나.. 난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걸까.. 어둑해진 하늘은 갑자기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슨 사변이라도 난 듯 뛰기 시작했지만 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모든 에너지를 그 곳까지 가는데 내던진 모양이다. 우산도 없이 미련하게.. 아픈 몸을 안고 너를 기다리던 나는.. 끝끝내 참았던 울음을 울어내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그랬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너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빗물에 나는 너를 씻겨 보냈던가 보다. 더 이상의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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