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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준비되지 않은 시간_



마음이 몸보다 분주하다. 그게 문제였다. 몸은 그럭저럭.. 그렇게 따라가고 있다. 크게 무리되지 않는다. 괜찮다. 이정도는..
문제는 마음이다. 마음이 좀처럼 따라가 주질 않는다는데서 비롯된다. 문제는..
벌써 8월 중순..
갑자기 누군가가 나에대해 잘 안다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꼈다.
딱히 꼭 집어 '누구'가 아니라.. 그냥.. 불특정다수의 누구..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토해낼 수가 없는 것, 이유는.. 다 토해내면 누군가에 대해서도, 또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나는 토해내게 될테니까.. 내가 문제가 아니라.. 얽혀있는 이들과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 결국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온전히..

다음주면 떠나게 될 스페인.. 하지만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고있다.
올들어 세번째로 떠나는 한국 땅..
4월에 갈 때도 지방 출장가듯 전달 후다닥 짐챙겨서 다녀왔었고, 지난 6월에도 그랬었다.
가는 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렇게 다녀왔던 독일과 일본..
그리고 스페인..
스페인은 좀 이야기가 다르다. 조금많이 더 위험하다고 했고(사실 독일과 일본은 위험한거 하나도 모르고 너무 편하게 다녔었다) 더구나 영어가 당췌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 슬픈일이다.
괜시리 마음이 스산해 진다.

무언가 채비를 하고 가야만 할 것 같은데.. 실상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틈틈히 찾아보는 정보.. 하지만 내가 찾는 곳은 좀채로 남들이 선호하는 곳만은 아닌가 보다.
찾기 힘든 정보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시간이.. 내 마음을 더 줄달음치게 만든다.

갑자기 생각이 든다.
이 노트북 하나만 들고 한달쯤.. 혹은 3년쯤도 괜찮겠다..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한다면 5년쯤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이녀석 하나 들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남기고, 글을 쓰며.. 그렇게 세월을 낚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꿈같은 이야기..

무언가를 찾아보다 보니 괜시리 투어2000이라는 회사에 뿔따구가 난다.
다시는 맞기지 않으리라. 내가 찾아보고 알아서.. 그래.. 혼자서도 잘해요! 해버릴테닷!
거지같은 여행사 같으니라구..
결재 끝났다고 오만하기 까지 하며, 불친절은 스끼다시 되어주시겠다.
이제와서 환불해봐야 손해볼건 나 밖에 없으므로.. 그냥 이 꽉깨물고 다짐한다.
두번다시 여행사에 맡기지 않을거야!!!! 라고..
그래.. 바쁘단 핑계로.. 내 잘못이다.

통장에 제로를 찍으면서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단 한번도 이런적 없는데.. 여행을 앞둔 탓인가?
여행중에 통장에서 빠져나가야 할 돈은 자그마치 이번달에 500만원 가량이나 된다.
이놈에 등록금.. 마지막 남은 한 학기.. 정말 포기하고 싶어진다.
논문이고 나발이고, 석사고 뭐고.. 그냥 그만두고 싶어진다.
본전생각.. 이럴떄 하는거구나.. 싶다. 3학기 동안 '쳐'들인 등록금이면.. 모르긴 몰라도 1년은 베낭여행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아.. 그걸생각하니.. 미치게 돈과 시간이 아깝다. 2년동안 그냥 회사를 내려놓고 여행을 다녀왔더라면.. 2년의 세월만큼 나는 참 많은 인생을 배웠을 것 같다. 써먹지도 못할 안테나 수신율 높이는 방법이라던가 토익수업같은 영어 논문작성법 같은 걸 배우는 대신에 말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시간을 일주일 앞두고,
마음이 더 복잡해 진다.
이런 마음으로 떠났다가는.. 왠지 약속된 날짜에 돌아오기를 거부하게 될것만 같다.

준비되지 않은 시간..
이런거 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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