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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하는일엔 행운이 따르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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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_

해피앤딩_ Cafe2U

sori4rang_ 2011.12.03 20:33

 

NIKON CORPORATION | NIKON D80 | Manual | Pattern | 1/200sec | F/1.8 | 0.00 EV | 50.0mm | ISO-160 | Flash did not fire | 2009:03:13 19:47:53

 

12월의 첫 주말. 세렝기티의 늘어진 나무잎만큼이나 축처진 몸은 더이상 참기 힘든 화장실 욕구에 일어난다. 주말없이 내달렸던 지난주를 생각하니, 이정도의 늦잠은 너무 애교스럽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서의 길고도 짧은 시간은 간밤의 고단했던 꿈도 잠잠하게 달래준다. 배가 고팠던 것 같은데, 용기에 담긴 소라 과자 부스러기 몇개 지벙거리다가 양치질을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화쿠폰이 있던걸 떠올린다. 밖에 공기가 얼마나 차운지는 모르겠다. 일어나 바깥 공기를 한모금도 삼키지 못했으니까.
양치질하나로도 충분히 해야할 의무를 다 한양 당당하게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을 들쳐메고 집근처 극장으로 발을 옮긴다.
쭉 즐겨보단 뱀파이어 시리즈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을 본다. 좌석이 조금 가까운가 싶었는데, 내 앞으로 한사람도 없다. 텅빈 극장을 나 혼자 전세낸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쩐지 마음이 편하다. 절대 그런적은 없지만 어쩐지 내 공간에서 나 혼자 편안하게 보내는 시간 같이 느껴져서 만족도가 급 상승하고 만다. 인간이 뱀파이어의 아이를 갖고 벌어지는 스토리의 전개가 유치하면서도 참신하다. 극중의 뱀파이어들 조차도 겪어본적도 없고 정보도 없는 상황을 영화속에서 그리고 있다. 새드앤딩일 것처럼 전개되지만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오픈앤딩으로 마무리 해주는 작가의 배려가 어쩐지 고맙다.
겨우 오후 4시가 약간 넘은 시간, 그것도 주말이다. 들고 나온 책을 읽어내야지, 마음먹고 극장 옆의 카페로 들어서는 나는 너무나도 초췌하다.
밴쿠버에서도 잘 먹지 않던 메이플 시럽을 돌아와서야 그리워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나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결국 메이플 라떼로 인도해 주었다. 너무 예쁜 하트 두개가 빤히 나를 응시한다. 어디 섞어봐! 날 흐트러 놓을 수 있겠어? 그럴만한 용기가 있기는 한거야? 흐트려봐! 어디 할수 있으면 해보라고.. 사발같이 커다란 잔에 담겨진 보드라운 메이플 라떼의 보드라운 거품이 속삭인다. 건방지다 생각은 들지만 감히 하트를 흐트러낼 용기따위는 애시당초 없다.
책을 읽으며 마시는 메이플 라떼, 외국인 노부부가 옆 자리에 앉는다. 음악소리에 뒤섞여 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리웠다. 잘하지도 못하는 미국사람 언어로 그들과 무슨 얘기도 좋으니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운거야.. 그 순간, 언젠가 내가 행복해 하던 그 순간을 그리워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부부에게 인사를 건내본다. 위스콘신에서 왔다는 노부부, 위스콘신.. 러브액츄얼리에서 영국총각이 그리도 미국애인을 만들겠다며 찾아갔던 도시가 아니던가. 한번 가보지도 않았음서 들어본 도시 이름을 듣고나니 공연히 반가운 마음이 든다. K-POP이 거짓은 아닌지, 노부부는 걸그룹들의 엽서를 쭉 펼쳐 보여준다. 벙찐다!라는 번개같은 생각이 스칠무렵 노부부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엄지손가락을 두개나 치켜 올려준다. 그래, 내가 그리던 모습은 이런거였어. 사랑하는 사람과 유치한걸 같이 공유할 수 있는거. 그래서 정말이지 너무너무 부러웠다. 노부부가 살고 있는 위스콘신에 꼭 가봐야겠다고 한번더 되짚어 새겨본다.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공명과 재즈피아노의 완벽한 스탭에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만다. 따뜻하다.
8개의 테이블중에 하나의 테이블은 내 몫이다. 만난지 조금 되보인다. 그녀는 왜그렇게 토라졌는지 알길이 없다. 남자사람은 자신의 언어로 수 많은 이야기를 해보지만, 그녀 그저 시큰둥할 뿐이다. 뭐라고 핑계를 댈게 아니라 그냥 그녀의 토라진 마음을 알아주면 되는 것 뿐인데, 그러지 못하는 그는 결국 그녀를 울리고 만다. 재생냅킨으로 그녀의 눈가를 닦아내지만, 그녀의 당황스러운 행동에 그는 황당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채 어떻게든 그 상황을 정리하려 애쓰고 있다.
오사카 여행책자를 펼치고 라떼한잔을 시켜둔 빨간 니트의 여인은 입장한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분주해 진다. 연신 셀카놀이에 빠져있는 그녀의 찰칵찰칵 소리가 콘트라 베이스의 리듬에 묘하게 박자를 맞춰 따라간다. 여행준비하던 6개월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가슴이 살짝 일렁거렸다. 아마 나처럼 참을성 부족하고 산만한 여인이구나 싶었다. 그녀의 산만함과 귀여운 행각의 시작은 아이패드와 함께 시작되었다. 스마트 폰과는 기교도 되지 않을 너무 커다란 화면에 가득찬 그녀의 얼굴, 그녀의 얼굴을 보고 말았다 자세히. 귀엽다. 평균적인 귀여움의 기준과는 사실은 조금 거리가 먼 얼굴인데, 하는짓이 넘 귀여워서 빨간 니티의 그녀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다소 어수선한 카페 안 한켠에서 눈에 띄게 대화를 하고 있는 남자 두 사람, 하지만 소리없는 그들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멈춘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손끝 언어로 그들은 서로에게 확실하게 집중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궁금해 진다. 남자사람 둘을 카페에 묶어둔 스토리가 너무 궁금해진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부드러운 메이플라떼 한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날 너무 풍요롭게 해주는 주말 밤이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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