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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종모오빠의 단독 다섯번째 책 같다. 함께 엮었던 책을 덜어내면 그런 것 같다.

처음 첫 책을 준비하던 그때의 모습이 선하고, 멀쩡하던 직장을 때려치고 배낭을 사러 간다며 한껏 들떠 있던 광화문에서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세월은 그렇게 훌쩍 흘렀고, 오빠는 전문 여행사진작가로 벌써 다섯번째 책을 냈고 나는 지금의 모습이다. 서로의 가는 길이 제법 그때와 달라져 있는 걸보면, 세월이 몹시도 흘러버린 건 틀림없는 사실인 모양이다.

한 권의 책이 내 책장에서 부재이다. 빌려준 책은 부재인채로 그렇게 있는게 어쩌면 마땅한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을 제일 좋아한다.

 

첫 등단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한가지는

일상적인 단어의 오묘한 조합, 그리고 멋스러운 표현이다.

너무 시시한 단어로 어떻게 이렇게 화려한 표현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늘 부러울 뿐이다. 일상에서 만난 짧고도 긴 여행..

 

 

길 위에서 배운 말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당신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분명 눈은 더 크게 나를 불렀다.

마음이 안다.

우리는 말 없이 가장 큰 소리를 나눴다.

부정이 고갯짓 할 허공이 없다.

빽빽하게 당신이,

그때의 우리가,

아직

내 안에 산다.

 

우리가 함게였다는 시간의 사실,

 

생각한다는 것은

마음에 지문을 찍는 것

말한다는 것은

세상에 문신을 새기는 것

 

당신의 말과 세상의 말, 그 경계의 일들

스스로 각인한 나를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머리의 생각과 가슴의 기억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틀림과 다름의 사이에 놓인 고유한 감정을 더듬는다.

세상은 늘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것처럼 그때서야 너와 나의 지난 일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1장 길 위에서 만난 말들

끝이 보이지 않아도 가야하는 방향. 새 길은 무수하고 떄마다 두 갈림길 앞에 우리가 있다.

 

길은 걷는 일이기도 하지만 보는 일이기도하다.

 

가고자 하는 길을 의심하지 않기, 망설이지 않기, 주저앉지 않기.

이왕 들어선 길이라 나아갈 밖에 도리가 없으니 주춤거리거나 망설이다 나의 길에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그걸로 되었다 여기기로 했다.

 

누구라도 꽃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꽃을 보게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꽃을 보면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워지는 법이라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더욱 아름답지 않겠소!"

사랑하라. 꽃을 사랑하듯 그대의 마음을 사랑하고, 꽃을 바라보듯 타인을 바라보라. 그 아름다운 근거로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대화

들어야 들리는 것.

듣고 나면 분명히 들리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 견디지 못하는 것을 통하지 않는 말보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다.

말은 간단히 전할 수 있지만 진심대로 전하는 건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이심전심' 불변의 법칙. 당신이 진심이면 통한다.

유창한 언어로 소통의 시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더디가더라도 정확하게 가는 길은 말보다 진심이다.

말보다 먼저 다스려야 할 마음이 있고 입보다 먼저 열어야 할 진심이 있다.

 

여행

마음과 생각을 더 순조롭게 움직일 수 있는 행위

꿈의 텐션

 

멀리서 당신을 기억하는 일

그리운 것들을 잊지 않는 길

그리하여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일

 

벗어나면 그때부터 새것을 만난다.

 

천국

그대를 볼 수 있는 자리

그대와 앉았던 그 자리

 

다시 바람에 문이 스르르 열리면 잠시라도 좋으니 네가 거기 서 있으면 좋겠다.

 

사랑

가장 흔해야 하고 무엇보다 절박해야 하며

누구보다 순수해야 이루어지는 것

 

사랑하고도 사랑인 줄 몰랐다가 떠나고 나니

나는 이제야 당신을 내 사랑이라 부르네

 

산책

세상의 단음과 자신의 장음을 교환하는 일

 

길 위에 일기를 쓰는 일.

숨 붙은 책을 읽는 일.

자신에게 묻고 우주에게 답을 듣는 일.

걷는 동안 얻는 가장 흔한 축복.

 

모든 의식을 싹 틔우는 곳

누군가의 진심을 챙길 마음 한 자리 있다는 사실.

 

시장

소유와 기억 그 사이의 것을 사러 갑니다.

이곳은 당신이 애타하는 '존재'를 팝니다.

 

만약 당신이 헷갈리는 것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라!

그곳에서 조금 더 명확해질 수 있으니.

그곳에서 조금 더 복잡해줄 수 있으니.

 

내게는 불편했던 것들이나 그리웠던 것들, 지금은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일상의 존재들. 세월이 가져갔거나 고단한 생활이 끊어놓기도 한 기억들이 시장에 가면 비슷하게 남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돌아서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게 지나가면 미움도 원망도 없이 좋은 기억이나 그 속의 소중함만 남아요.

 

바다

발 밑에

밀려드는 것 모두가 희망이며

쓸려나가는 것 모두가 절망이 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출렁거여야 삶이다.

 

거울

인생의 반사체

보는 만큼 보이고 살아온 만큼 살아지는 것

 

문득 당신이라는 환한 거울 앞에 서고 싶다. 당신이 환하면 나도 환해질 것이므로. 당신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될 것이므로.

 

진심

나만의 진심이라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때로는 타인의 거짓일 수도 있는데.

 

어린이

어른의 지침서.

누구나 지나온 길.

되돌아 갈 순 없어도 되돌아볼 순 있는 길.

 

어른인 우리는 자주 자신의 상황에 솔직하지 못하며 번번이 비겁하여 자신만을 감싸고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자고 많은 것을 놓친다. 좋은 걸 좋다 않고 싫은 걸 싫다 못한다. 용기가 없어 거절을 어려워하고 정작 들어줘야할 부탁은 외면하기 일쑤다.

 

아이는 나이를 가진 게 아니라 순수함을 가졌기 때문에 아이인 것이고 어른은 나이를 가지고 순수함을 잃었기 떄문에 어른인 모양이다.

 

세월

당신이 기억해낼 수 있는 과거부터 바로 '방금'까지의 폭.

타인과 상관없는 유동적인 계산의 시간들.

 

내게 온 것을 지나치고 떄론 외면하는 일.

그런 실수를 반복하며 나이를 먹는다.

 

세월이란, 시간이란 결국 그리움의 농도가 아닐까요?

세월이라는 말 속에는 과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의미가 더 깊죠. 결국 지금의 현재가 어느 미래의 과거일 테니까요.

 

여름

계절의 낮잠

 

모든 것이 낮잠을 자는 시간에도

너의 심장은 다음을 계획한다.

 

뜨겁다는 것은 체험이므로.

쉽게 식지 않을 추억들이 마음을 끓게 한다.

 

가을

위로 받거나 폐허가 되는 시기.

그러나 괜찮다는 암시

봄이 오면 다시 새순이 돋고 생의 새살점은 한 잎 한 잎 붙어 잃은 자리의 상처는 언젠가 아문다는 것을. 더 찬란하고 눈부신 빛이 내릴 날도 있다는 것을.

 

겨울

출발을 잉태할 시간

 

그대 내게 왔었는가.

얼음처럼 냉정히 돌아서 갔는가.

한 치 말 자국을 눌러 내 심장을 죽였는가.

이것이 끝인가, 시작인가.

길어도 언젠가는 끝날 일인가.

끝이 곧 시작이니 그땐 다시 올 텐가.

나를 다시 살릴 텐가.

 

지금 나는 따뜻한 겨울보다 따뜻한 추억을 원한다. 따뜻한 추억을 나눌 따뜻한 누군가를 원한다.

겨울은 이별보다 길지 않지만 너를 그리는 마음은 겨울만큼 춥다.

 

사라지리라는 냉정함.

겨울의 결정적 증거.

냉혹의 별.

소란과 고요의 혼동.

 

눈이 온다면

너처럼 와야 한다.

늘 내게 한 번을 주저 없이

커다란 마음으로 쌓이던 너처럼.

나의 마음까지 덮어줄 수 있을 만큼

눈이 온다면 그렇게

너처럼 와야 한다.

 

안개

비와 바람의 계략.

잡히지 않는 당신 같은 실체

우리 사이에 한때 존재했다는 기억.

 

세상에 나타난 모든 것 중에 당신 마음만큼 명확하던 것이 있던가.

세상에 감춰진 많은 것 중에 당신 마음만큼 희미하던 것이 또 있던가.

 

비오는 날 사람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먼 곳의 누군가를 각자의 마음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세상 어디에서나 닮아 있었다.

 

허공

간절한 마음의 눈높이,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위치.

 

바람

계절의 맥박.

보이지 않게 부딪히는 존재.

바람의 힘은 흔들어놓는 데 있다. 흔들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람이 사무치는 날, 언제나 바람이 분다.

 

깊을수록 환한 생각

 

눈물

말 없는 말.

마지막 문장 혹은 부호 생략.

 

 

2장 내안의 말들

맹세

나의 마음과 나의 또 다른 마음이 밀착된 지점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마음의 깊이가 낮은 사람일 수록 깊은 흔적을 남긴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집착은 깊어진다.

맹세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입히는 것이다.

 

기억

현재의 나는 과거의 모든 것

 

기억이란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게 편집된다.

 

배려

타인이라는 거울 앞에 서보는 일.

입장이라는 손바닥을 뒤집어보는 일.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거라 믿는 사람은

타인에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고

모두가 자신을 싫어할거라 믿는 사람은

자신에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다.

배려란 내 마음을 내놓기 전에

타인의 마음부터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

 

배려는 오후2시다. 점심을 먹고 난 포만감으로 배부르고 세탁소 앞의 빵들이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더 부르다. 게다가 정오를 지난 뜨거운 태양 볕이 그대로 몸을 덮고 있다. 이 따뜻함을 더 많이 내안에 들였다가 나도 누군가에겐 여유가 되고 사랑이 되고 싶다. 좋은 마음이 나이게만 좋은 일로 끝나버리는 이기적인 배려 말고 알아주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진짜 배려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당신을 만나면 당신의 입장이 되는 일을 불편 없이 해내고 싶다. 그래서 당신의 사정을 불평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흔쾌히 당신의 마음을 받아주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침묵

세월이야 내버려둬도 흘러가겠지만 바위처럼 딱딱해진 마음은 되돌릴 수 없는 이유로, 당신과 나는 20만 년이 아니라 200만 년이 더 흘러간다 해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변명

결국은 혼잣말.

관통할 수 없다고 돌아가진 않으라.

 

충고

단단한 말의 알맹이,.

 

다음에 말해야지!

지금은 때가 아니야!

시간이 필요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당신 것이 아닐 수도 있지요. 그러다가 지나가 버린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절대로 저축하고 적금 드는 일이 아닙니다. 사랑이란.

 

마음

보이지 않는 얼굴.

가장 쉽거나 가장 어려운 것.

 

선택

머리보다 가슴을 따르면 실패해도 절망적이지 않다.

 

용서

타인에게 주는 나를 위한 선물

 

우연

모든 우연은 어쩌면 필연, 그러니까 우리는 인연.

 

행운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주 우연한 것, 그러나 그것을 당신이나 내가 한순간 알아보는 것.

그게 아세요? 완벽한 우연만이 운명을 이끈다는 사실?

 

흔적

시간의 얼룩.

기억의 냄새.

흔하디 흔한 시치미.

 

산다는 것은 시간을 새기는 것이고 그 시간 사이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당신이 내 어딘가에 남겼을 따뜻한 흔적을 당신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

 

고백

말하지 말자고 다짐만 수천 번, 말해버리자고 갈등만 수억 번.

마음에서 끊겨나간 힘줄에서 날마다 후회가 철철 흘렀다.

 

 

3장 길 위에 두고 온 말들

동행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인연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너와 나 사이의 바통.

어쩔 수 없는 것. 인연이란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한 것이다.

 

행복

당신은 나와 알고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환하여라!

이유없이 행복하여라.

 

외로움

마음없이 다정하지 말고 진심 없이 위로하지 마라.

마음이여 아무 데나 앉지 말고 아무나 앉히지 마라.

 

이미 떠난 자의 온기는 차가움보다 못한 것

사랑이 주는 가장 큰 음모는 이별도 아닌 외로움이다.

 

희생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그 자리를 끝내 지켜주는 것

 

거짓말

위태로운 출발.

불안과의 협상.

비밀의 굳은살.

차라리, 쉿!

 

실수

발전을 위한 연습

 

되돌릴 수 없으므로 너와 나는 실패였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서툴렀음에도 불구하고 연습 없이 치러야 할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더구나 나오 너의 사이에는 연습이 허용되지 않았다.

실패를 하기 전에 실수하는 연습. 실수를 실패로 생각하지 않는 연습. 우리는 누구나 서로의 실수에 연습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에게 전부가 될 수 있고 그의 전부가 내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시작

언제나의 지금

 

시작은 움직임이다. 움직여야 비로소 시작이다. 생각이든 몸이든 움직여야 시작이다.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야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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