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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준비

 

맘의 준비가 몹시도 요란스럽다. 뒤늦은 마음의 준비인 탓일게다.

 

# 명품가방

이제 20여일 조금 더 남았다. 큰 부담 없이 결정했던 여정이지만 그 땅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 수록... 무게감이 더해지는 것 같다. 작년에는 메이저 리그를 포기하고 러시아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셨다. 그리고 올 해에는 어디든 필요한 곳에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가장 먼저 컨텍이 들어온 요르단. 순종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준비하기로 하고 온 시간이 한달여시간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결정을 했다.

가끔은 생각한다. 보통 여자들이 그렇듯 아주 그럴듯하게 좋지는 않아도, 명품 가방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좋은 옷을 입고, 그렇게 좋아하는 신발을 콜렉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늘 그 욕심앞에 가로막는 마음 한자락 때문에, 늘 망설이다 망설이다 포기하고 돌아섰던 것 같다.

이번에도 명품가방을 포기한다. 하나님께서 더 큰 복으로 채워주실 것을 알기에.. 믿음으로, 재정을 털어낸다. 아프고 쓰린 인생에 명품의 삶을 선물할 수도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결단한다. 그렇게 어쩌면 나는 더 덜어내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털어도 털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만큼... 그렇게 내려놓고 또 내려놓다보면, 모든게 다 내려놓게 되는 날도 올테지... 할인하는 운동화를 신고, 좌판에 놓여진 신발을 신어도. 그 걸음이 거룩함 가운데 있다면, 거룩한 흔적이 남겨질테니. 그것으로 감사하며 오늘을 다짐한다.

 

# 다짐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매일같이 아이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그 땅. 요르단에는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은 뭘까.. 어제는 아빠 67번째 생신이었다. 요르단으로 떠나기 전에 아빠를 꼭 만나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녀왔다. 엄마를 꼭 안아드리고 와야지.. 꼭 그래야지.. 하고 생각을 했건만, 나의 무던함은 용기를 잃고 슬쩍 스치는 어깨를 느끼며 그렇게 엄마를 만나고 돌아왔다. 마음처럼 대면하지 못하고 데면데면하는 나의 모습이 몹시도 부끄럽다. 요르단 아웃리치를 준비하며,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내 삶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되는 것 같다. 정세 때문일테지만... 이런 마음으로 준비를 해 본적은 없는것 같다. 죽으면 죽으리라...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다가 혹시...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이 길이 아름다운 길이 되면 좋겠다. 시리아 난민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그들이 알도록, 느끼도록, 그렇게 그 길이 의미있는 길이 되면 좋겠다. 열흘 쯤 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혹시 그렇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나의 부재로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덜 아팠으면 좋겠다.

 

# We are the reason

어제도 오늘도 종일 이 곡을 돌려 듣고 또 돌려들으며.. 한국말로 100%번역이 안되지만, 원곡 자체로 가슴에 달라붙는 가사가 몹시도 아리다.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작년 이맘 때쯤의 그 기억 때문에... 내 마음은 몹시도 혼란스럽고 아프다. 왜... 왜.... 왜.... 어쨌든.... 그 모든 것이 우리 때문에.. 나 때문에... 그것이다. 이유가 될만큼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내고 싶다. 그 무언가를 던져내고 내어주고도 아낌없이 후회없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이 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작은 빛이되고 희망이 된다면 그것은 예수님을 닮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서

유서라는 걸... 하나쯤은 써두고, 늘 그것을 점검하고, 업데이트 할 필요가 있겠다. 는 생각을 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단지 지금 이 순간일 뿐이기에... 나의 1초 후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기에.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본다. 유서를 남긴다면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세월이 흘러도 머리에서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름들에게 인사라도 해야하는 걸까... 무슨 말을 어떻게 남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발인하고 집에 돌아온 날 밤 늦은 시각, 한분이 찾아오셨었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 길로 달려오신 분은 내 초등학교 동창의 삼촌이셨다. 아빠가 그분 학자금을 대주셨다고 했다. 엄마도 모르게,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누고 사셨던 아빠의 마지막은 몹시도 자랑스럽고 어른다웠다. 아빠의 딸인 것이 몹시도 자랑스럽고 더 아빠를 그립게 만들던 그 날 밤. 그 날 밤 처럼... 내가 생을 다하고 더이상 누군가와 대면할 수 없는 순간이 되었을 때, 나를 기억해 줄 누군가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생을 다해 살아내고 아버지께 갔을 때, 그렇게 보고싶고 그립던 아빠도 만나고, 그곳에서는 이땅의 사람들을 또 그리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 인생

인생을 살아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기에... 무겁고 무거운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온 긴 세월에 헛헛한 삶을 그럭저럭 살아온 시간들. 살아냈다기 보다는 살아진 시간들은 아니었는지. 돌아본다. 한번이다. 단 한번... 나에게 주어진 인생은 단 한번의 기회일 뿐이다. 그러니, 조금은 더 잘 살아내자. 더 사랑하고. 더 돌아보고. 그렇게 살아내야지... 가능하면 가벼운 후회를 맞이할 수 있게...

 

# 기회를 놓치기 전에

마음 한켠 미안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야 할 것 같다. 더 늦어지기 전에...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말 한마디 가슴 한조각 내어줄 기회조차 사라져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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