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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MyFamily_

아빠_

 

어릴적 줄곧 아빠와 장기를 두곤 했었다. 장기를 두며 꼬꼬맹이 때부터 아빠와 나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빠와 인생을 논하기엔 나는 코흘리개였지만, 아빠는 나의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다 받아주셨고, 그런 아빠에게 나름 논리적인 설명을 하려 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내게 아빠는 늘 그렇게 기다려주시는 분이셨고, 들어주셨던 분이셨다. 'YES' 'NO'의 답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으셨고, "아빠 생각은 말이다..."라며 아빠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곤 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에 늘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그 과정을 통해서 얻든 놓치든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늘 응원해 주셨던 아빠셨다. 나의 결정에 나무라지 않으시고, 그 판단과 결정을 통해 늘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실패 앞에서도 나무람이 없으셨고, 그 안에서 무얼 배웠는지 물어보셨다. 자라서 생각해보면 우리 아빠는 참 멋진 아빠셨다.

친한 친구분 집이 어려워 친구분의 아내분(아주머니)께서 방앗간(우리집은 방앗간을 했었다)에서 쌀부스러기를 얻어다가 죽을 끓여 드셨었다고 했다. 그런 사정을 아시고 아빠는 부엌에서 쌀을 퍼다가 그 쌀부스러기에 섞어 보내셨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아빠 친구분도 아주머니도 아시게 되었고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여전히 그때를 떠올려 고마워 하시며 아빠를 그리워 하신다.

내 초등학교 동창의 삼촌(친삼촌인지 외삼촌인지 모르겠으나..)의 학자금을 내주셨었다고 했다. 엄마도 모르던 사실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발인이 마친 그 당일 밤 12시가 다 되어서 늦은 걸음을 하신 낮선 남자분은 눈이 퉁퉁부어 늦은 걸음을 죄송하다고 한없이 사죄하셨다. 그리고 아빠가 학자금까지 대주셔서 학업마치고 이렇게 사는데 인사도 못드리고 살았다며 우셨다. 엄마도 우리 삼남매도 모르던 사실에 아빠의 빈자리는 더 컸던 것 같다.

 

돌아보니 하나님은 내게 너무나도 귀한 아빠를 선물로 주셨다. 너무나도 귀하고 아름다운 고귀한 분이 내 아빠셨다.

어제 하루 종일 그로기 상태로 몸이 녹아져 내릴 때, 너무 그립고 그립던 아빠의 빈자리...

아빠가 몹시도 보고 싶은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아프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아픈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빠와 보내던 시간들이 더 깊이 그려지니까...

 

이젠 재잘재잘 아빠와 나누지 못하는 대화를 아버지 앞에 줄곧 풀어 놓는다. 한글자도 놓치지 않고 들어주시는 아버지 앞에 깊이 들어가 싶은 날들이다. 늘 내가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 주던 아빠처럼... 하늘 아버지도 나의 마침표를 기다리며 들어주시는 분...

아프면 몹쓸 그리움들이 자꾸만 꿈틀 꿈틀 올라온다.

 

멍............................... 공진상태에 있는 것 같은 느낌

귀만 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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