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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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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기억_ 텁텁하게 다가오는 공기의 육중함이 유독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2012년의 여름. 한국의 여름은 뽀송뽀송해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 내 몸은 한국의 여름이 텁텁하고 찐득거림으로 느끼고 반응하고 있다. 모처럼 매콤한 불닭을 먹으러 갔다. 알싸하게 기분좋은 매운맛을 느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이제 그 유쾌한 매운 맛을 볼 차례다. 입안에 한입가득. 하.. 근데 이게 왠일이람. 이 기분나쁜 매운 맛은.. 이게 아니다.. 이 맛이 아니다.. 그래, 딱 그 느낌이다. 내 몸이 기억하는 여름의 기운이 아니다. 이 찝찝하고 찐득거리는 여름의 이 더위는 아니다. 정말로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그 기운, 뼈속까지 파고 들 것 같은 강렬한 태양, 그리고 속속들이 바스락거리게 말려버릴..
NERJA_ You will know what I feel how I feel when you get Nerja_ 지중해의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그 말 한마디에 찾아간 네르하. 말라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가량을 가서 닿을 수 있었던 곳. 서울 시내의 낯선곳을 찾아 갈 때 조차도 아이폰 어플에 의존해 길을 찾아가는 나인데, 나는 어쩌면 머나먼 그곳까지 온전치 못한 몇년 지난 지도 한장을 들고 떠났던 걸까? 정보지라고 구입한 책에서는 이미 철지난 지도가 버젓이 있었고 교통 정보도 엉망이었다. 뻔히 알면서도 나는 무슨 배짱으로 그 낯선 땅에 설 생각을 했던걸까? 돌이켜 보면, 그 용기가 참으로 대견하고 기특하다. 그리고 정말 잘했다.. 라고 다시한번 고백하게 된다. 연이어 30도를 웃도는 폭염의 중심에서 그리워지는..
프리힐리아나 여름을 기다리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빨강, PASSION, ACTIVE, 태양, 바람, 지중해, 그리고 여행_ 스페인에 대한 잔상들이 너무 많아서 문득문득 나는 그곳에 잠겼다가 나오곤 한다. 눅눅한 여름날의 텁텁한 공기를 느낄때면 스쳐가는 바람처럼 난데없이 온맘을 헤집는 것은 그리움이다. 심플해진 생활인 것 같은데도 문득문득 복잡해지는 마음이 들어설때면 종잡을 수 없어 지지만, 금새 안다. 다시금 곧 평안해 질 거라는 것. 혹은 그런줄도 모르던 마음으로 다시 되돌아 가버리고 말 거라는 것을.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은 변한 것 같다. 야구와 조금(?) 멀어졌고, 친구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었다. 모임도 줄었다.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게 되었다. 꼭 필요한 것에..
스치는 것만으로도_ 벌써 두달이 지났다. 그리고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오랫동안 지켜오던 자리를 떠난지 두달이 지났고, 잠시 머물렀던 곳을 등지고 있던 곳으로 돌아온지 10개월이 지났다. 세월은 참 빠르다. 불과 얼마전의 일은 까마득히 오래전 옛이야기 처럼 느껴지고, 까마득한 과거의 어느 순간은 마치 엇그제 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것. 그것은 그 순간 담아낸 내 마음때문일 것이다. 참 오랫동안 걷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나의 해야할 몫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리는 곳에 앉아 있어도, 그리운 바람은 저 멀리, 다른 곳에서 헤메이고 있다. 꼭 한자리에 머물지 않아도, 잠시 스쳐 지나기만해도 소중한 것들이 있다. 발 한번 내 딛지 않았어도, 손길 한번 닿지 않았어도, 잠시 눈에 스쳐가고 마..
졸음 달래기_ 2011 @ Malaga_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시간_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일들을 한 듯,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그렇게 보낸 시간이 벌써 두달째.. 나른한 오후, 집 앞밖으로 시끄럽게 두들겨대는 공사 현장의 기계소음이 부산하다. 동부간선도로가 제법 한산해 졌지만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이 그 형체를 미처 알아보기도 전에 지나가 버린다. 살랑이는 바람이 베란다를 관통해 현관으로 흘러 나간다. 참으로 순리에 맞는 공기의 흐름이다. 나른하다. 그 어느때 보다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잠은 5시간을 채 못자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하다. 눈뜨자마자 밥솥에 쌀을 앉혀놓고 빨래한판을 돌리고, 식사 준비를 하면 7시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_ 뜨거운 여름이 살랑살랑 까치발 들고 다가오는 것 같다. 갑자기 과감하게 찾아온 봄날의 햇살이 좋다. 언제나 그렇듯, 예고 없는 무언가의 방문이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어리둥절하지만, 반가움을 안고 오는 포인트가 있어서 즐거운 것이다. 예측 할 수 없는 인생은 언제나 흥미롭다. 예상의 범주 내에서는 얼마든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 한계 점에서 멈추게 된다. 가능하지 않은 어느 접점 지점. 그 선 넘어의 세계가 언제나 궁금하다. 살다보면 다가오는 선택의 순간. 죽을 것만 같은 그 순간들이 불연듯 닥쳐온다. 두 번다시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두 번도, 세 번도 다시 올 수 있는 것이 예측 불가한 순간이다. 언제나 닥쳐오는 그 순간은 당혹스럽고, 냉혹하며, 힘겹다. 누구나 지금 내가..
그들의 삶을 훔쳐보다_카사바트요 “일상의 고단함으로 부터의 후퇴” 오랜만이다.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누구나 내가 지키는 세상 속에서 고달프다. 낯설움을 동경(yearn)하며 살아가는 나의 고단함이 어쩌면 당신에게도, 혹은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도 당연한 것이리라.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달프다. 삶은 쓰디쓴 커피같다가도 달콤한 초콜렛 한 조각 같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동전 양면과도 같은 모습이겠지. 기나긴 터널의 끝이 와주기를 바라지만 과연 터널을 지나고 나면 더이상의 터널을 만나지 않게 되리라는 보장따위는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다가올 터널을 피해 다른 그 어느 길로 갈 방도는 없다. 그러니, 겸허히 받아드리면 되는 것임을, 시간을 보내고 또 보내고 나서야 안다. 바보스러움의 정석을 걸으면..
까사밀라 _ 가우디 전시장 Casa Milla 까사밀라 꼭데기층에는 가우디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 모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디테일함에 하핫~ 또 놀라지 않을 수가.. 하마터면 국제 도둑 될뻔 했다! 막막 들고 와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꾹 참느라 무지 애썼단거지! 까사밀라의 건축을 그대로 표현해 놓았는데, 정말 아.. 갖고싶다 강개리!도 아니고 거참~ 탐나 혼났네! 쭉 코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길 안내가 되어 있다. 코스? ㅋㅋ 가우디 풀코스정도로 보면 될듯! 가우디의 여러 건축 모형들을 보면서 가우디에 대한 경이로움이 절로 분비되는(응?)듯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하나같이 독특한 컨셉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아무리 창조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통 자신의 기본 컨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