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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그림, 책, 여행 그리고 사람_ 박세열

 

아주 오래전이다. 직장 생활이 한창이던 그 시절,
여행을 좋아했고 사진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무작정 여행을 떠나길 주저하지 않았고,
빈 마음으로 떠났던 여행에서 담아온 사진들은 늘 나에게 위로가 되곤 했었다.

그게 인연이었던 걸까?
박세열. 세열. 그래서 삼일공. 310_
세열이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라오스를 여행중이던 세열이에게서 직접 그린 그림이 담긴 엽서를 선물 받았고
그 그림이 너무 예뻐서 그 자리에서 손에 잡히는 볼펜으로 그 그림을 흉내 냈었더랬다.

왼쪽은 그때 흉내내며 따라 그렸던던 그림,
그리고 오른쪽은 그 엽서에 담겨진 그림의 원본 그림이다.

세열이의 첫번째 에세이집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책을 읽다가 발견한 엽서속 그 그림이 담긴 사진을 발견하고
그때가 떠올라, 책을 미처 다 덮지 못하고
꼬물거리는 마음속 한자락 그 순간을 끄집어내 본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름석자 걸고 책을 낸 사진작가, 에세이작가들을 몇 알고 있다.
유명세를 타기 전에 알게 되어
유명해지고는 사실 연락이 서먹해진 사이가 대부분 이지만
사람을 먼저 경험하게되면
책과 사람의 일치감이 그 책에 대한 평가가 되는 것 같다.
아주 가끔, 사람과 책이 가져다주는 이질감 때문에
글에서 이물감이 들 때가 아주아주 간혹 있다.

세열이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세열이를 너무 모른채로 살았구나 싶다.
이렇게 글을 잘 쓰면서
엄살부렸었구나.. 싶다.
이렇게 담백한 글을 잘 써내려가면서 그 동안 어떻게 참아왔을까.
세열이는 그림에 그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녹여왔던가보다.
기분이 좋은건 글에 군더더기 없음이 좋고
그 군더더기 없음이 툭툭 털어내는 진짜 세열이의 모습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무덤덤한 글 속에서 영글은 세열이가 보인다.

아직 200페이지 가량 남겨진 책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아직 책을 다 덮지도 않았는데
이제 1판 1쇄가 겨우 나왔는데
나는 벌써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군자동 사무실에 예쁘게 그려줬던 벽화,
이탈리아 스피커라는 말에
로마를 멋지게 채워주던 너

그때도 책 이야기를 얼핏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너는 작가가 되어 있고
나는 여전히 내 일만 지치도록 성실하게 하며 작가가 되어 네 이름과 글,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너의 그림들이 가득 담긴 종합 선물세트 같은 책 한권을 내게 건네 주었다.

멋진 녀석!

 

군자동을 떠날때 아무것도 아쉽지 않았는데
벽화 두개는 벽을 헐어서라도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었더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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