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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변종모

 

벌써 수년이 지난 어느날, 종모오빠의 감성에 몹시도 질투를 느끼던 때도 있었다. 남다른 삶은 거지같은 꼴을 하고 다녀도 아우라가 그를 존재감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곤 했었다. 내 눈은 정확했던 모양이다. 잘나가던 삶을 뒤로한채 시작한 여행길에서 그는 참 멋드러진 내면을 사진과 글로 풀어내고 있었다.

종종 타고나는 아우라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변종모 같은 사람. 그래서 나는 종모오빠가 몹시도 부러웠던 것 같다. 책장에 꼽아놓고 펼쳐내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그래도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책을 펴낸 사람이니, 의리라며 클릭을 하고 책장에 가지런히 꼽아 놓았던 책 중에 하나.

 

나의 마음 탓일까... 아니면 저자의 마음 탓일까...

몹시도 정돈된 듯한 글들,

나의 마음이 정돈 된 것일까.. 아니면 저자의 마음이 정돈 된 것일까...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변종모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길 위에서

만나게 될 모든

사실에 대해

진심을

다하는

일,

 

그리하여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마음으로

걷는

일,

 

나에겐

그게

여행.

 

#PROLOGUE

결국 반성할 마음 없이 길을 떠난다는 것은 불필요한 소비만 생산할 뿐이다.

 

0 천개의 섬을 기억하는 한 가지 방법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알면서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날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하는 겉모습에만 익숙해지는 동안 나는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늙어간다.

 

PART1 아직 이른 봄 ; 독일

1. 일주일 뒤, 우리 베를린에서 만나요

확신이 없어도 가능성이 희박해도 믿어보는 것, 그것이 약속의 의미다.

약속은 미래이며, 미래는 희망이다. 그리고 희망은 결국 우리 발로 찾아가는 것

 

2. 그리운 것은 허물어져야 한다

어차피 볼 거라면 하루빨리 만나지기를 바랍니다.

 

 

PART2 여름의 서쪽 ; 미국

1. 큰소리로 부르면 눈물이 난다

그리우면 큰 소리로 부르세요! 눈물이 나면 그 사람도 들었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럴겁니다.

 

4. 국경에 서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에 시간을 많이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애틋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진심을 잠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5. 잠시 출렁이다 사라질 인생

잠시 출렁이다 사라질 짧은 인생. 나는 다시 모래알처럼 바람에 날리며 살겠지만 어느 날 문득 불꽃 같은 오늘의 기억이 피어오를 것을 믿는다.

 

7. 어떤 대답

"여행을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라고 누군가 묻는다.

"반쯤 불안하고 반쯤은 행복하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행복하지도 않지요."

 

9. 부탁해

우리가 사는 것도 하나의 길고 긴 길을 걷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을까?

 

10. 그녀에게_I've Never Been to Me

반드시 나타나리라는 것을 아는 기다림이니.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자기 안에서만 머문다면 그것이 진정한 희망일까? 밖으로 밀고 나가야 진정한 희망인 것이다.

 

 

PART3 다시, 유럽 ; 그리고 엉망진창

2. 못 본 척하는 수밖에

너무 아름답다거나 깨끗한 것을 대하면 이상하게 나는 만지거나 말을 걸어서는 안 될 것같아 차라리 못 본 척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4. 생각 속의 사람들

늘 아쉬운 것들은 다음이라는 단어로 눌러두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여행이란, 능숙한 만남과 취약한 작별의 연속이다.

산다는 것을 핑계로,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정작 내 삶의 어느 한 부분들을 아름답게 채워준 것들을 외면하고 사는 일.

 

5. 배낭을 꾸리다

쓸데 없는 소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곳에 마음을 두어 스스로 예민해지거나 괴로워지는 일을 좀 더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

 

 

PART4 뜨거운 가을 ; 터키,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5. 침묵의 계단

상대방의 생각을 나의 의도대로 함부로 읽지 말아야 했다. 나의 생각이 나만의 것이 되지 않게 발설하는 일을 신중히 해야 했다. 나는 자주 내 말에 내가 상처를 입었다. 그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마음이 그대로 말에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때 차라리 침묵하며 당신의 말을 들었다면, 침묵으로 당신을 존중했다면 나의 마음이 지금처럼 무겁지는 않았을 텐데"

결국 진심이 아닌 것은 오래가지 못함을 나중에야 알았다.

언제나 고민은 너무 많이 가졌을 때부터 시작된다.

 

 

PART5 겨울 속의 겨울 ;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이란

1. 보고싶은 사람

방금 헤어지고도 다시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한 적 없는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멀리 있지만 항상 마음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 아득히 멀어졌지만 생생히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자주 못 볼 사람이지만 꼭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 당신은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나의 마음만 자꾸 부풀던 일. 그래서 가끔 반대편을 바라보며 위로하던 일. 결국 당신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전부인 일. 그것은 모두 내가 사랑한 일. 그랬으니 괜찮다. 십 년 뒤에도 당신일 것 같으니, 그 하나의 사랑일 것 같으니.

 

5. 처음 본 그대가 내게 하는 말

잘못된 이해는 오해를 만든다.

 

8. 당신이 믿어야 할 것, 그리고 뛰면서 생각하기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늘 분명하고 선명한 것밖에 없었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믿어야 하는 것이 있다.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어떤 일들은 절대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고야 만다.

 

9. 결핍

진심을 느낀다는 것은 대부분의 것을 다 가진 것이니.  난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

 

12. 사랑하는 마음 말고

내가 당신에게 결정적으로 한 실수는 그것.

처음부터 허락 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관한 죄.

바로 그것. 당신 마음과 상관없이 내 마음이 출발했던 것.

분명 당신은 그러라고 한 적 없는데 자꾸만 내 마음이 커져서 모든 것을 사랑으로 일관한 죄. 나의 마음을 자만한 죄.

 

14. 나는 좋더라

다시 좋은 마음이 되어 바라보는 아름다운 것들은 결코 어둠에도 묻히지 않더라.

 

 

PART6 꽃의 미소 ; 미얀마, 태국, 라오스

1. 바람의 약속

약속하라. 타인이 아닌 당신과 약속하라. 당신이 그리워하는 것들에 대해서 희망을 놓지 말고,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의미를 잃지 말고,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서 의심 없이 약속하라. 그리고 그것을 잊지 마라.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닿을 것이므로. 그것이 바람일지라도.

 

2. 꿈

우리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꿈같은 일들을 꿈꾸며 현재를 살기도 하지만 꿈은 언제나 현재를 살아내고 난 다음에야 만날 수 있는 것.

 

3. 왜 오지 않았을까?

믿으면 믿을수록 자주 헛갈리는 것이 마음 아니겠는가?

세상의 바다에서 부딪힌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인연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정성으로 순간을 살아내는 방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4. 사라지거나 부활하거나

누구나 스스로의 삶을, 사랑을 함부로 방치해선 안 되며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5. 사랑하는 것들, 사랑할 수 있는 것들

수많은 발걸음을 받아들여 움푹 파이고 좁은 길, 그 위에 멈춘 당신의 신중함을 사랑한다.

손때 묻은 담벼락에서 졸고 있는 당신의 피곤한 시간을 사랑한다.

진득하게 눌러앉은 앉은뱅이 의자 같은 당신의 의지를 사랑한다.

간절한 높낮이의 흥정이 가득한 통로, 그 속에서 빛나는 당신의 애절함을 사랑한다.

구겨진 지폐보다 선명한 당신의 값진 주름을 사랑한다.

끼니 거른 굽은 허리로 젖을 먹이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한다.

좌판 밑에 넣어둔 딸아이의 교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당신의 희망을 사랑한다.

흥정 끝에 그냥 돌아서는 뒤꿈치를 원망하지 않는 당신의 너그러움을 사랑한다.

다 팔지 못한 바구니에 저녁노을을 담고 돌아서는 뒷모습,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당신의 체념을 사랑한다.

 

찜통 같은 더위, 오랜만에 재대로 유적지 한번 들러보겠다고 열일곱 시간 배를 타고 와서는 날마다 시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의 아둔함을 나는 사랑한다.

 

6. 손 흔들지 않는 아이들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들의 착한 마음을 의심하지 말자.

'밍글라바, 마의 마음이야!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르지만 우리는 이렇게 인사한 거야! 우리는 이렇게 인사했으니 그 이유만으로 서로 잘 살아야하는 거야! 밍글라바!'

 

8. 여행의 반대말

여행이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생각만으로도 이미 시작이다. 때로는 과거의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일 또한 추억하는 동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늘 일어나는 일이며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다.

 

9. 여행자들의 대합실

자신을 속이지 마시라. 함부로 부정하지도 서둘러 긍정하지도 마시라. 그리하여 당신이 가장 당신다울 때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에 당신은 서 있을 수 있다. 그 요지경 같은 다양성 속에서 걷다 보면 한번쯤은 당신을 닮은 누군가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10. 착각

매일 같은 삶이 반복되어도 행복해야 행복인 거야. 천 년을 함께 살아도 다음 천 년을 다시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이 사랑인 것처럼.

 

11. 그대가 바라보는 끝이 아닌 앞

아무리 걷고 걸어도 쉽게 끝나지 않는 것이 삶이다.

끝까지 걷는 것을 중요시 여길 것이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것드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당신의 의지가 멈추지 않는 한 길은 끝나지 않으므로.

 

12. 꽃이 진다

어디에서도 스스로 아름다워질 권리. 그리고 그것을 믿는 일. 우리는 길 위에서 그것을 배워야 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들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자유로운 일.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 마음을 믿어보는 일. 그래서 마침내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살겠다는 마음 하나 가지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 조금 이상한 사람이 되어 살더라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면 언제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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