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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시간은 성실하고 세월은 정직하다.

# 중국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처음 밟은 땅 중국의 느낌은 그렇게 실망스럽지도 또 그렇게 환상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과거의 한 조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내 마음의 한 구석이 조금은 서글펐던 것 같다. 안스러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고, 그 사람들의 내면을 조금씩 조금씩 더 가까이 느껴가면서 그들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뜻을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알아가게 될테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일찍 알게 되면 좋겠다고 욕심을 내본다.


# 프랑크푸르트

독일의 일정이 너무나도 짧았기에 내 육체적 발란스는 이미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중국에 가기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기관지는 끝끝내 중국에서 정점을 찍고 독일에 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몸이 힘들고, 정신도 지쳐갈 즈음. 또 힘을 주시는 주님을 경험했다.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단 한순간도 버틸 수 없는 여정이었을 것만 같다.


# 다시 서울

돌아왔다. 일상이다. 그렇게 나흘을 보냈다. 컨디션은 제법 돌아왔지만 적응하다 말고 돌아온 시차 때문인지 내 육체적 시계 일부분은 아직 독일을 향해 있다. 괜찮다. 조금씩 나아질테니까.

밀린 일들이 많고, 밀린 생각도 많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지금 당장 하나님 나라에 가게 된다면.. 내가 없어짐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은 없을까? 하고..

사업을 이만큼이나 벌려놨으니 이디렉터가 짊어질 것들이 너무 많아지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연체될 카드값이나 고지서 따위는 남겨진게 없을까? 하고도 생각이 멈춘다. 죽음을 만난다는 건 두려움도 있겠지만, '조금 가볍게 살아..'라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문상을 다녀와 생각이 멈췄다.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야지.. 그리고 그곳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여전히 여주인공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철없는 삼십대 늙은 소녀라고..


# 툭하면 긁히고 찢어지고, 옷 갈아입다 보면 여기 저거 멍들어 있는 다리와 팔.. 그렇게 살아온 나의 모진 17년이다. 시간은 성실하고 세월은 정직하다. 그렇게 긴 '세월'을 보내고서 나서야 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아직도 옅은 마음과 생각 자락에 늘 혼돈스럽지만, 몸에 힘을 빼고,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좋은 거라는 것 쯤은 이제 누군가에게 말해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6년전 캐나다에서의 그 순간이 문득 다시 떠오른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오늘에 충실하고, 오늘을 사랑하고, 오늘 주어진 환경에 충실하며, 오늘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고 세월의 정직함을 목도할 때, 나의 살아온 인생을 펼쳐 보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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