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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손톱을 깎다가...

천근만근 ...
내몸이 내몸이아닌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수만 대충하고는 옷을 챙겨입는다.

밖은 칼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들었다. 이래서 나는 겨울이 참 싫다. 이렇게 칼바람이 불면 엄마가 추운데서 너무 고생을 하셔서 ... 정말이지 너무나도 싫다...

병원을 가기위해 고속터미널로 향한다.
터미널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들 분주하다. 여행을 가기도 하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다니러도 가고...
그 사람들의 모습들을 잠깐 멍하니 서서 본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열정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온다.
부럽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
내가 요즘 즐기는 시간이다. 서울을 떠나 그러니까 일상을 떠나 생각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이다. 오가며 창밖을 내다보고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다들 자는 것 같은데, 어쩐지 잠들어 버리면 슬플 것 같다... 아까울 것 같다...

일반병실로 옮기긴 했지만 좋지 않다.
아빠에겐 아무말 않하지만, 충분히 어려운 상황임을 엄마도 나도 알고 있다. 아빠도 아실까....
아빠 식사를 챙겨드리고 필요한 몇 가지를 사다놓는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시골에 축사는 모두 접기로 했다.
잘된 일이다. 엄마혼자 너무 고생해서 늘 맘도 편치않고 그랬는데 참 잘된일이다.
엄마만 생각하면 참 잘된일인데도 사실 나는 고민스럽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쫄라메야할까...
한달동안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을 목록을 적어왔다.
아빠 병원비 약값을 빼고서도 한달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100만원이다.
거기에 병원비와 기초 생활비...
병원비만해도 일주일에 150~180이다...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 발톱을 좀 깎고 가라고 엄마가 그러신다.
잘 안보여서 못깎으셨단다...
그말을 듣고서는 가슴이 울컥했다.
아빠 손톱 발톱을 깎고는 엄마 옆에 앉아서 엄마 손톱을 잘라드렸다.
전에도 그런적이 있었나?
엄마 손톱은 처음 깎는 것 같다... 지금 기억엔......

엄마 손톱을 깎는데 엄마 손을 잡고 손톱을 깎는데 눈이 흐려져서 손톱을 깎기가 힘이 들었다.
엄마혼자 20년이 넘도록 그 짐을 다 짊어지고 살아온걸 생각하니 미칠것 같았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눈물이 서려 앞이 보이질 않았다.
고개를 떨구고 손을 주시하지만 흐려 보이지 않는다.
엄마앞에서 눈물 보이고싶지 않은데...
바보바보.....................

아빠 저녁을 챙겨드리고 엄마 모시고 식당으로 간다.
'엄마! 엄마 밥 꼭 챙겨먹어야해! 자꾸 끼니거르면 나 일하다 말고 엄마 식사 챙기러 여기 내려와야하잖아! 그러니까 엄마 꼭 챙겨먹어야해! 알았지!?'
엄마는 잘 챙겨 먹는다고 하시지만 안봐도 훤하다...

힘을 내야지...
힘을 내고 울 엄마 힘들지 않도록 옆에서 잘 버티고 서 있어야지...
울엄마 힘들때 나라도 기둥이 되어 드려야지...
엄마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힘을 드릴 수 있는 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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