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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OREA_

두물머리 첫번째 이야기_

2월 18일, 낮_
오랜만에 찾는 양수리 두물머리, 오랜 기억 넘어 소중했던, 그리고 여전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새벽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에 이곳에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래전 이었다. 너무 추워서 내 필름카페라는 문득문득 작동이 되지 않곤 했었다. 그리고 몇 년만에 다시 찾은 두물머리, 조금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은 큼지막한 나무와 온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차가운 공기 뿐 이었다.

프레시안 글쓰기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연습을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객관적인 자리로 한발 물러나서 사물과 상황을 볼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나와 다름이 절대 나쁜게 아니라는 것은 좋지 않은 케이스를 통해서 배웠다.
그러니 두물머리 출사의 원래 취지와 맞지 않아 비록 과제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배운 것이 있어서 다행이고, 또 감사하고, 그리고 유익한 시간이었다.(유익했다고 표현하는 건 조금은 과장인 것 같기는 하지만, 기대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배웠으니 유익하지 않다고도 못하겠다)

아무튼지간에, 오랜만에 다녀온 두물머리, 여전한모습들도 있었고 변해있는 모습도 있었는데.. 흠.. 변한게 더 많아 보였다.


겨울답게 강물은 얼어 있었다. 햇살은 이토록 청명하게 내리쬐는데, 어쩜 이렇게 얋굳게도 추운걸까..
그럼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두물머리길을 걷고 그들만의 추억을 담아내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나온모양이다.
"아빠 위험해 나와~!"
딸 아이의 절박한 목소리다.
딸 아이의 눈에는 얼어버린 강물에 서스르 없이 걸어 들어선 아빠가 철없어 보였던 모양일까?


이번 프레시안 글쓰기 학교 같이 다니고 있는 종회오빠랑 같이 출사를 다녀왔다.
주일에 단체 출사를 갈 수 없던 상황이라, 토요일에 자체 출사 다녀옴.
그런데 하핫.. 아무런 인폼 없이 다녀온 출사, 그러니.. 사진을 찍으면서도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중간중간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출사를 다녀오고 화요일 수업끝나고 알았다.
그리고, 살짝 기분도 상했다.
뭐 어쩔 수 없다. 이미 타이밍을 놓쳤고,
하지만 재미난 출사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가르고 두물머리에 찾았다. 가족단위, 연인, 부부, 친구, 그리고 홀로 나선 사람들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찾은 두물머리는, 오래전의 그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포장마차(각종 간식들을 파는)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추운겨울 몸을 녹히며 뜨거운 붕어빵 호호 불며 먹는 재미, 경험해 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머물다 간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열기가 빨간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시련의 아픔을 달래러 왔을 것이다. 보내지 못한 편지를 태우거나, 받았던 편지와 흔적을 홀연히 태워버렸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잿더미의 남겨진 온기에 손을 호호불어 녹이며 그 불 곁에 있었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복잡한 마음을 달래러 찬 공기를 가르고 와 잠시 머물어 생각을 정리하다 제 갈길로 갔을지도 모른다.


남겨진다는 것,
그것은 특권이며 동시에 고통이다.
남겨진다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시간의 멍애를 메는 것인지는 남겨진 자만이 안다.
남겨진 자는,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시간을 얻는 동시에, 남겨짐으로 홀로이된 그 순간의 나를 처절하게 드려다 봐야만 하는 숙명에 처한다.
그래서 남겨진 다는 것은 특권이며 고통인 것이다.


코끝을 건드리는 차가운 공기, 하지만 햇살이 더 없이 청명하게 내리쬔다.
사치스럽도록 파란 하늘이 유난히 더 폼난다.
만날 그자리에 머물렀던 나뭇자락과 만난 파란 하늘이 서럽도록 아름답다.


종회오빠가 풀숲을 헤치고 오브제를 찍으러 들어갔다.
오빠의 과감한 발걸음이 내게 좋은 사진을 한장 선사했다.
이 사진이 나는 참 맘에 든다.
색깔없는 회색빛 가득한 숲속에 남겨진 검은 오브제-는 또다른 오브제를 찍기 위해 들어선 또 다른 사람이다.


누구의 손실이 이토록 러블리한걸까?
아름답다.
말라비틀어져 더이상의 생기가 없는 갈대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주는 것 같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좋다.
여행-빠질 수 없는 먹거리,
설렁설렁 걸으며 심심한 입을 달래기 좋은 뻥튀기 과자를 하나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진찍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지금은 후회한다.
그냥 거기서 한봉지 사서 불가에서 같이 나눠먹고 조금 늦은 걸음을 했어도 좋았을걸..
늘 후회는 지난 다음에 일어난다.
그러니 정신차리고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에 충실해야 하는거다.


간간히 보이는 배_ 이 녀석들의 역할은 무얼까?
진짜로 배가 뜨기는 하는걸까? 하고 문득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물고기라도 잡는건가?
어쨌든 이쁘다.
천연 샛 노랑으로 배를 칠해둔 누군가에게 고맙다.

차갑게 얼어버린 강.
내 마음만큼이나 제멋대로이다.


석창원

석창포 재배 수로 및 유상곡수
겸제의 금강산도 복원
세계 최초 과학 영농 온실
정조시대 궁중온실[창순루]
고려시대 이규보 선생의 [사륜정]
육군자원

이라고 입구에 써 있다.
얼어붙은 몸을 녹힐 수 있었던,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꾸밈새가 맘에 들었다.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의 감성과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이번에도 느낀건데..
나의 감성과 시선은.. 잘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늘 요 느낌 그대로.. ㅋㅋ
좋은건지 않좋은건지 모르겠다. 중요한건 나는 내 시선을 사랑한다.


추운겨울,
온실속에서 이쁘게 맵시를 자랑하고 있던 아름다운 꽃들.
좀처럼 밖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일까?
언젠가 밖에서 흔하게 봐서 눈길조차 주지 않던 녀석들인 것 같은데,
괜시리 더 지조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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