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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KOREA_

두물머리 출사_ 두번째 이야기

조금은 누그러진 날씨, 그래도 아직은 겨울이 잔잔하게 남겨져있는 봄날이다.

사실 봄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억지스럽다.

설익을 밥을 앞에 두고 어쩔줄 몰라하는 것처럼 당혹스럽다.

한 낮의 나른한 햇살이 이제는 좀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배신때리듯 코 끝을 때리고 도망가는 차가운 공기가 참 밉상이다.

추위가 온 몸속 깊이 파고들던 주말 오후의 두물머리, 그곳에서 만난 파란 하늘고 사람들을 담아본다.

어디든 발길이 닿는 곳이면, 사람의 발자취가 남겨지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그곳에 잔잔히 내려앉는다.

인생의 한 자락쯤 세상 어딘가에 떨구고 살아가도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걷는 길.

괜시리 살갑다.

 

폭신한 흙 길을 걸어본게 언제던가.

연꽃으로 한동한 화사하게 살아냈던 따스했던 시절을 보내고

더 없이 초라한 겨우나기

이제는 힘없이 늘어진 마른 가지만 간신히 땅에 지탱한채 듬성듬성 모나있었다.

 

함께 동행 했던 종회오빠

오빠가 이렇게 사진에 열정을 불태울 줄이야..

 

묘한 모양으로 눈이 담을 쌓고있었다.

얼은 논에 쌓인 눈이 소금밭처럼 보인건 나만의 시선이었을까?

 

가엣길로 넘어가 본다.

논 사잇 길로 가로질러 넘어간 곳에는 두물머리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러 만들어 놓은 모양인지,

아니면 자연스레 그들의 사는 모양대로 줄세워 놓은겐지 알 수 없으나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어릴적 시골집에 이런게 있었다.

펌프라고 하나?

물 한바가지를 붓고 열심히 위아래로 품으면 시원한 물이 주전자 입처럼 툭 튀어나온 구멍으로 물이 콸콸 잘도 쏟아졌었다.

참 좋아 했었는데..

여름이면 시원한 지하수를 품어 내려고 열심히도 펌프질을 했었나보다.

너무 어릴 때라서 가슴까지 올라가는 손잡이에 온 몸의 무게를 실어 놀이기구 타듯 탄력받아 내려오던 기억..

그 느낌이 잔잔히 몸 어딘가의 근육에 남겨져 있다.

 

뜨거운 불이 반갑다.

한발짝만 가까이 다가서면 너무 뜨거워 견디기 어렵고,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면 차가운 공기가 몰아쳐 춥다.

어쩌면 사랑도, 관계도 그런게 아닐까..

한발 다가서면 어쩐지 과한 것 같고,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래서 한발 살짝 물러서면 어쩐지 너무 멀어지는 것 같은.

참 힘든거구나..

_하고 생각한다.

그래, 원래 힘든 거였다. 그거..

 

연에서 뭔가를 축출해서 반죽했다는 핫도그.

요 밀가루 핫도그가 개당 2천원이었던 것 같다. 3천원이었나? ㅋㅋ

추운맛에 먹는다.

- 기다리면 옆에있는 군불에 몸을 녹힐 수 있다.

기다리는 맛에 먹는다.

- 많이 튀겨놓지 않고 주문 들어오는대로 바로바로 튀겨내기 때문에 주문하고 몇분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는 줄도 길다.

 

좋은 소시지를 쓰신단다. 그래서 비싸단다.

그냥 마트 소시지 같은데..

내가 뭐 소시지 감별사도 아니고, 비싼거 쓰신다니 비싼거 쓰는거지 머!

 

핫도그 포장마차 앞에 묶여 있던 강아지_ 라고 하기에는 좀 큰.

개_ 님이 순하다.

 

멀리 바라보는 두물머리 끝자락.

사람들이 석양을 찍으려고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이날 히트는 단연 이분들.

스승과 제자가 함께 이 엄동설한에 두물머리로 연주하러 나오셨다.

하모니카 동호회에서 스승과 제자가 동반 출연.

이색적이었다.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간다.

지는 해에게 머뭇거림이란 없다.

붉어지나 싶으면 금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다.

새초롬한 색시같다.

괜시리 기대하게 해놓고는 금새 사라져 버리는게 어쩐지 얌체같다.

 

 

어디서 나오셨는지..

인터뷰를 따신다.

두물머리를 한바퀴 스케치 하고는 아까 하모니카를 물던 스승과 제자에게서 발걸음을 멈췄다.

 

두물머리_

글쓰기 학교 과제를 하러 갔던 길이었다.

나의 시선은 너무 뻔했던 거 였는지도 모른다.

그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보았던 것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가 보지 못한 것을보고,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안목이 다른 것이다.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생각보다는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만 생각만 하고 이러고 있으니 큰일이다.

뭔가 마음이 불안하다는 증거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떠는거..

정신 차려야지!

 

 

여행_

고프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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