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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잖아_/Diary_

점심시간_

 

 

 

# 밥먹으러 가는 길_

엄마와 통화를 했다.

- "엄마! 어디야?"

"응! 드럼 배우러 교회 왔어!"

- "점심은?"

"좀 일찍 먹고 왔지! 전도사님이 아무때나 와서 연습하라고 하셨거든!"

- "드럼 치면 손, 다리 다 아픈거 아냐?"

"드럼을 힘으로 치니!? 스냅으로 치지!"

...

"엄마 치는거 한번 들어볼래?"

 

엄마의 드럼 실력은 놀라웠다.

벌써 석달이나 되었다.

엄마의 드럼은 제법 탄탄했고 비트가 정확했다.

정말 우리 엄마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치셨다.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간내서 상가에 나가 드럼 스틱과 스틱 가방 하나 사야겠다.

엄마가 좋아하시겠지..?

 

 

 

# 밥먹고 돌아가는 길_

횡단보도에서 30미터 가량 떨어진 도로..

몹시도 위태롭게 휠체어를 탄 어르신이 건너고 계셨다.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고 차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너무 위태로워보여 얼른 달려가 휠체어를 도로 밖으로 밀어 모셔드렸다.

의사를 여쭙는게 우선이었겠지..

근데 너무나도 위태로워 보였기에 여쭙지도 못한채로 몸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휠체어 앉으신 어른신은 매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며 화를 내셨다.

내 잘못이었다.

그분의 마음은 생각도 않고 내 멋대로 한 거니까..

죄송하다고 고개숙여 사과를 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유소의 직원들의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내 생각이 옳다고 판단해도 그게 상대방에게는 옳지 않거나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받을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무언가를 자꾸 주려고 드는 것도 어쩌면 옳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셔서 어르신께 감사했다.

그분의 마음에 혹시 상처가 나지 않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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